내가 몸은 자주 아파도 열이 나는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감기에 옴퐝 걸린 것 같다. 언제부터 아팠더라 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아프다고 글을 올렸던 걸 찾아봤다.

오뉴월 이루왕 :ohno: (@[email protected])
아 이거슨 감기의 향기다

3일전. 3일동안 열이 약간씩 오르기 시작해서 오늘도 미열이 조금 있다. 감기약은 어제로 다 떨어졌고, 감기약을 더 사와야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움직일 기력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꼼짝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력감과 함께 치솟아버린 피로함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쌀도 다 떨어져가고 물도 주문해야하는데 머릿속에서 생각만 떠돌뿐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사실 이 글도 3일째 쓰다가 그만뒀다가 쓰다가 그만뒀다를 반복중이다.

엄마와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평소에는 피곤해보인다며 채소도 안먹고 운동도 안한다며 그렇게 잔소리와 타박을 하면서 감기가 걸린 3일 내내 감기 걸린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내 기침을 하고 목소리도 잠기고 힘이 없어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렇다고 굳이 아프다고 했다가 또 어떤 잔소리들을 들어야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이런 대화 속에서는 언제나 내가 얼마나 잘못했고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만 부각되어져, 순식간에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 "조언"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못난 사람이 되어버린다. 말하기를 포기하려던 중 들려온, 아주 잠깐의 질문, "감기 걸렸어?"라는 물음 한번으로 지나간 내 3일간, 그리고 나는 유투브에 우선순위를 빼앗겼다. 아마도 이어질 이 감기는 내 정신 빼고는 아무것에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겠지 싶다. 속상했다. 마치 교묘하게 다른 전환되어진 대화 주제가 된 것 같은 기분, 큰 맘 먹고 꺼내놓았지만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린 속마음이 되어버린 기분.

욕망이란 누군가가 욕망하는 대상이 되길 욕망하는 것이랬던가.

뭐랄까. 그냥 또 문득. 세상과 연결된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 쓰레기들과 사용되는 전기, 물, 공기를 소모한는 것 외에 내가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없구나, 흔적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부정적 변화들이 다구나 라는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아파서 그런건지 정신적으로 지쳐서 그런건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난무한다. 춤을 추는구나 지랄춤을.

긍정적이되어야지, 어서 회복해서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지 하는 책임감만 남았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책임인지 알 순 없지만, 한다고 말했고 내가 하겠다고 했던 일들은 일단 처리해야한다는 책임감만이 남아 부유한다. 이를 위해 타이레놀을 두 알, 커피를 다시 한잔.